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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페인 캠프 (4/29-5/1)

역설逆說 2017. 5. 8. 22:00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실은 어쩌다가 시작했는지 아직도 조금 얼떨떨한 캠프였어요.

작년에 갔었던 팀 캠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던 거 같은데 어느새 각자의 캠프 로망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더니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떤 추진력 위에 올라탄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냐 난 마스터링 기계 아니야


5, 6인으로 한 테이블 돌아가는 그런 소수인원 캠프를 상정했었는데 어느새 13인의 소수素數…인원 캠프가 되어서 걱정이 컸습니다. 그리고 나중 일이지만 불길한 예상은 항상 적중해서 테이블 확정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는데^_ㅠ 하지만 그때그때 인원 맞춰 어찌어찌 돌아갔으니 다이조부 다이역설 다이.. 다이..



토요일에 짐 꽉꽉 테트리스로 채워서 도착한 곳은 갤러리.


전원이 모이기 전에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잠시 펜션 1층에 있는 사장님 부부의 작업실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림도 그리시고 음악도 연주하시고. 겨울에는 화덕에 고구마도 삼겹살도 구워드신다고. 밤에 잠깐 나와보니 가족끼리 밖에서 저녁을 드시는데, 서성이는 주변 고양이들에게 고기도 던져주시더라고요. 완전… 어찌 이런 삶이 있단 말인가ㅠㅠ


겉으로는 몰랐는데 동물동물한 펜션이었습니다. 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탁자 등에 앉아 있길래 키우시는 줄 알았는데 그냥 길고양이고, 마당에는 토끼우리가 있고 구석에는 엄청엄청 큰 털쟁이개가 막 놀아달라고 뛰어다니는데 너무 커서 위압감 때문에 쓰다듬지도 못했네요. 미안해라. 하지만 너무 컸다구.

그리고 잠시 둘러본 이후에는 알피지 삼매경에 들어서 동물과의 소통을 더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 모이기 전에 뭔가 사람 구하는 보드게임이 진행됐는데 저는 진심으로 안돼요싫어요하지마세요라고 외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으으? 으으으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생략하고 고기를 구워먹었습니다. 그리고 TRPG.


첫째 날 저녁에는 카루나님의 메탈릭가디언-메카라이브 톱을 노려라-, 마스터는 없지만 호러퀸 로릭님이 진행하는 폴라리스가 돌아갔고 남은 사람들은 보드게임을 했어요.

메탈릭 가디언은 SRS 시스템의 느슨한 전투 인게이지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대신 그걸 더 진화시켜서 마스 개념으로 SQ맵을 깔고 좀 더 전투적인 사고방식으로 임하게 해줘서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연출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느슨한(?) 드라마 룰링, 레일로드여도 끌려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게 하는 개인임무요소에, 각자 다른 다종다양한 특수기는 텍스트만 봐도 머릿속에 슈퍼로봇대전이 그려지게 해주니 그야말로 궁극의 SRS라 할 수 있겠죠!(과장)

구몬님(http://blog.naver.com/cajimoo/220998423065)이 걸즈앤판처-전차도의 비유를 하셨을 때 감탄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자칫하면 다짜고짜 진지하라며 지구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인물이 되라고 강요하는 꼴이 되기 쉬운 게 로봇물인데 말이에요. 뭔가의 덕질(…)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는 가볍지? 라는 느낌으로 부담주지 않고 슬슬 몰입하게 하다가, 그대로 쭉 클라이맥스까지 이입하게 만드는 구성이 엄청난 시나리오였어요. 최종전에서는 합체에 가호로 치고받는 것까지, 특수한 기믹을 너무 안 쓰면 자극이 없고 그렇다고 너무 의존하게 만들면 김이 빠지는데 그 사이에서 맞춰진 밸런스가 절묘했습니다. 슈퍼로봇대전의 정신기 이름과, 북유럽 신들의 이름을 외치며 한턴 한턴 필살기를 주고 받았는데 룰적으로만 합체상태인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도 남턴 내턴없이 다 같이 한다는 감각이 좋았네요.

그리 되었더라.

(그리고 아마 2시 넘어서 잔 것 같은데 자기 전까지 있었던 일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뭔가 막말을 엄청 들은 거 같다…)


둘째 날 오전에는 예상한 일정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지만 플레이는 더 늦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체력보존이 시급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캠프 출발하는 날 새벽까지 준비한시노비가미 '어둠의 유산'을 돌리게 됐고 다른 분들은 한창 인기급상승 중인 밤의 마녀들과, 그리고 어쩐지 컬트적인 인기(…)의 누메네라를.

어둠의 유산은, 아 정말 BR형 시나리오는 리스크가 엄청나게 크지만 또 이런 짜릿함이 있어서 시도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막대한 유산에 대한 권리가 있는 아들들이 모이는데, 그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그리고 닌자. 도입도 진행도 결말도 제목 그대로입니다(의미불명). 어둠의 유산을 상속하려면 대가를 치뤄야 하는데 실제 세션에서는 뭐랄까 정신줄을 수집하는 니알라역설의 심정으로 즐겁게 돌렸습니다. 하하. 자연스럽게 다들 ✌️가족✌️의 사인을 그리며 유산에 슬렁슬렁 접근하다가 각자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날 때마다 서서히 표정이 바뀌는 모습들이 귀여웠훌륭했어요. 유열! 유열!


점심과 저녁 사이의 미묘한 시간에도 3테이블이 돌아갔습니다. 저는 인세인 SCP 수록작인 쇼핑센터의 참극을, 구몬님은 크툴루의 부름 시나리오집 '이름없는 공포들' 수록작인 시들지 않는 바람을, 그리고 매드박스님은 냄새나OG를. 저녁과 술의 조합이 아니더라도 원시인 엉어어어!는 가능한 것이더군요. 느아아아! (…)

실은 시간만 충분했다면 인세인 SCP는 샘플 시나리오 3개를 그대로 죽 이어서 하려는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샘플 시나리오 3작품은 S.C.P.에 대응되게 확보, 격리, 보호 테마의 시나리오인데, 뒤로 갈수록 좀 더 파멸적인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맛이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일어나는 플레이어 리얼공포(?!)가 백미였는데 말이에요.

세션 중간 중간에 쉬면서 거실에서 진행되는 OG를 구경했는데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더군요. 반짝반짝 냄새나 그거 하지마 냄새나(실제로 들은 말)

인세인은 금세 끝나서, 조금 체력과 정신력 보충을 할 겸 가져갔던 장밋빛 입맞춤을 읽어봤는데 분량이 가벼워서 금세 읽기는 했지만 실제로 하려면 역시 뭔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거 같더라고요. 그리하여 촉수빛 입맞춤은 후일을 기약하게 되었더라. 아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일정으로 꽉 찬 캠프라서 무리였던 거 같지만.


둘째 날 저녁에는 캠프의 상징인 바베큐를 했는데 또 뭔가 왜곡과 음해를 당한 거 같지만 넘어가고(어쩐지 식사시간마다 날조의 추억이 있는 거 같아), 거의 심야 테이블이 되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시노비가미의 명작 '가을하늘에 눈이 내리면(이하 가을하늘)'을 할 수 있었죠. 바깥쪽에서는 이코님의 우주 배경 겁스 호러가 돌아갔습니다. 사실은 캠프 계획 짤 때부터 겁스하고 싶긴 했는데,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면 마스터를 하면 안 되는 거였던 시점에 이미 저는 고통이 예정된 캠프였던 겁니다 그렇습니다 창조고통 창조역설(아무말)

이때부터 일찍 주무시는 분과 캠프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서 이때부터는 한산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닌자의 마음을 끌어내기 좋은 시간.

시노비가미는 진행상으로는 난이도 낮은 룰링을 채택한 연출 게임이지만, 그러나 반대로 선택의 무게가 플레이어를 짓누르는 씬제 게임이죠. 특히 가을하늘~은 PC 4인의 목적과 속내가, 수확을 앞둔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교차하면서 선택 하나하나가 자신과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룰을 감정적으로 극대화시키는 시나리오! 사실 세션 시작할 때는 피곤한 상태에 룰 설명을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지라 죽죽 빠지는 체력으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씬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 세션만큼 웃었던 적이 없습니다(…) 정보판정의 특기로 뭘 선택할지로 상대의 정신줄을 날려버리는 건 처음보는 진귀한 경험이었고요, 진화!!!! <아이거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엔딩이 가슴 뭉클한 장면으로 마무리된 것은 참으로 훌륭한 기승전결. 네게 가을하늘에 내리는 눈을 ~그 마을의 잎다발은 헬리오트로프~

그랬다고 합니다.


셋째 날은 헤어지는 날이었으니 긴 말은 필요없겠지요… 음 실은 서울행을 선택했던 주최측은 엄청난 고생길 끝에 체력이 쫙쫙 빠진 채로 도착했던 날이라서, 뭐랄까 더 쓰자니 입맛이 쓴 그런 ㅠㅠㅠㅠ;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2박 3일의 캠프는 몹시 감동이었습니다!




원래는 후기 마무리로는 참가자 여러분 각자에 대한 감사의 코멘트를 쓰려고 했는데 뭔가 싱숭생숭한 마음이 되어서 뭘 쓰기가 힘드네요

8ㅁ8


언젠가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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