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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후기/모험기획국

[인세인]오리엔트 특급 (170225 제2회 COT)

역설逆說 2017. 3. 23. 21:52



어느새 한달 전 일이네요. 여성전용 RPG행사 COT(Call of Table) 2회에 참가했었습니다.

1회는 GM와 플레이어 모두 여성만 참가하는 행사였는데, 주최인 에고님과 펭님 그리고 그외 준스텝(?)인 분들이 고심 끝에 2회는 마스터는 혼성으로 하기로 결론을 내리셨나보더라고요. 1회 행사 때도 설문지로 해당 질문이 있었다는 걸로 보아 더 전부터 고민하시고 결정하셨겠지만.


아마 작년 11월이었나? 믹하님이 COT 마스터 해보겠냐고 슬쩍 찔러… 아니 집요했나;; 아무튼 권유해주시더군요. 반은 부담감에 사양하고 싶었는데 반은 만들던 시나리오 생각이 났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추리소설 '오리엔트 급행의 살인'을 모티브로 했는데, 실은 열차와 살인사건 정도가 중심 키워드이고, 그 외에는 원작 소설을 아는 사람이라면 빠지기 쉬운 의심암귀 효과 정도를 노렸을 뿐이었죠. 그래서 오히려 원작을 좋아해서 참가한다는 분에게는 알게 모르게 부담을 느끼면서 세션을 진행하곤 했습니다.


아무튼 시나리오 제작은 그때까지도 지지부진했는데, 주요 인물(PC) 넷의 욕망이나 운명에 대해서는 거의 짜두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머지 잡다한 인물과 배경 사건 진행은 영 완성이 안 되더라고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카페에서 멍하니 잡담을 하다가 뜬금없이 PC 넷의 사명과 비밀이 떠오르면서 헉 이건 대단해! 이 시나리오를 만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그 이후로 완성을 못했던 것ㅠㅠ 역시 사명이 반이다… 사명만 만들면 거의 만든 거지만 나머지 반을 만들지 않으면 완성이 되지 않지


COT 행사장은 홍대에 있는… 그러나 뭔가 홍대에 있는 줄 몰랐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협소한 곳에 있는 건 아닌데 어쩐지 지도를 보고 딱 맞게 찾아왔는데도 괜히 한 블록 더 갔다가 돌아오게 되는 그런 이상한 현상을 저만 겪은 게 아니었다더군요 뭐지

가장 기이한 기분은 4층에 있다는 행사장에 걸어올라갈 때였습니다. 3층까지도 여성전용 원룸텔이라서 뭔가 혹시 이곳이 행사장이 아니라면, 그리고 누군가와 마주친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변호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이곳이 맞겠지 맞을 거야 제발


도착하자마자 마스터 명찰과 연쇄스티커마 펭님의 선물인 스티커 무더기, 그리고 기타 온리전 전프레…를 받았습니다. ㅎㅎ

핸드아웃도 주최자 에고님이 뭔가 특별히 수공예품 같은 녀석으로 만들어 주시고 다른 마스터분들과도 인사하고.

저는 준비할 게 상대적으로 적어서, 캐릭터 시트와 룰 서머리 등을 펼쳐놓고 나니 기웃거리면서 인사하러다니고 잡담하고 여유를 즐겼지요. 그리고 시작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행사장 밖에 나갔는데 잔뜩 줄 서 있는 분들을 보고 기겁했어요. 생각해보면 입장 10여 분 전이었으니 대부분 오셔서 기다리는 상황이 당연한데 왜 기겁했지…


오리엔트 특급은 4인용 시나리오였고, 참가하신 분은

PC① (탐정): 비플님

PC② (차장): 도치님

PC③ (귀족): 에이미님

PC④ (소년): 계피단지님

이었습니다.


다들 TRPG 경험자셔서 설명은 어렵지 않게 한번 정도 짚어넘어가는 정도로 하고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항상 그런 생각을 하긴 해요. 드라마 씬의 장면 연출 위주로 세션이 진행되고, 설명도 드라마 씬 위주로 하게 되기는 하는데… 전투 씬 개시의 조건과 그때의 전투난입 선언, 전투 탈락과 승리 시에 선택할 수 있는 전과(정보, 감정, 프라이즈) 등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과 게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어쨌든 그런 세션을 유도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 상관없는 날이었습니다만. 또 다른 시나리오일 때는 모르죠? ㅎ_ㅎ;;


이 날은 온갖 중간관리자로서 압박받고, 모든 PC에게 의심을 사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사건의 절정까지 버텨주신("제가 착한 사람이 아닐 수는 있지만, 범인은 아닙니다!") 도치님에게 MVP 선물(다면체 주사위 세트)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다들 MVP급 플레이를 해주셔서 정확히는 MV Team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네요. 단서를 열심히 모았지만 회백질 세포 속에 고통만 가득했던 탐정 비플님과, 우아하게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미지 속에 집념어린 탐사를 강행하던 귀족 에이미님, 모두가 자신을 소외시키는 상황 속에서 열정을 내비치며 결국 ???를 쟁취한 계피단지님…


각자의 의심암귀와 미묘한 배려심이 기묘하게 섞여서, 배드엔딩 중에서도 최악의 배드엔딩, 상정해두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 싶었던 배드엔딩의 눈 앞까지 갔는데 그걸 피해갔어요(???: 아 전투를 걸어야 하나… 저 조사합니다 진짜?).


인세인 단일 시나리오로는 꽤 플레이 타임이 길었는데, 다행히 행사에는 D&D를 비롯해서 여러 룰이 있었고 그래서 꽤 일찍 끝낸 뒤 플레이 잡담과 보드게임과 끝난 테이블에 가서 기웃거리기 등등을 했습니다. 보통 6시간 세션을 하면 당 떨어지고 지치고 하는데, 행사라서 흥분해서 그런 건지, 간식을 끊임없이 가져다주신 주최와 스텝분들 덕분인지 종일 팔팔했어요.


그리고 온리전 전프레라고들 표현하신 선물들… 아니 이런 걸 다 주시고 행사 적자 괜찮으신 건가?! 싶은 선물들이었습니다. 유형의 선물은 물론이고 테이블마다 봉투로 주신 퀴즈 이벤트도 굉장했어요. 섬세하면서도 행사 테마에 맞는데다가 나중에 보니 테이블마다 정답이 다른 거 같더라구요. 우리 혹시 오늘 세션은 못 하고 이것만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다행히 퀴즈 이벤트는 이중삼중의 방탈출스러운 함정이 아니어서 금세 풀었습니다. 여기가 펭툴루가 잠들어 있다는 다이스 타워인가!


끝난 뒤에, 워낙 간식을 많이 먹어서 저녁은 안 먹고 커피나 간단히 마실까-했는데, 어느새 스무 명 정도가 모인 대 인원이 되어서 그야말로 알피지 주저리 주정판…! 네? 주정은 저만 부렸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술 없이도 취하는 사람…

피로감이 다음 날에야 올 정도로 흥겨운 행사였습니다. 행사 후기를 부르짖던 에고님이 문득 떠오르네요. 시수리님이 마이크를 잡고 7초 후에 바닥에 엎어지시던 그 처절함도… 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니 이게 아니라; 피곤하셨는지 먼저 가셨던데 주최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고, 이미 말씀드렸지만 혹여나 3회 행사를 하실 의욕과 시간과 자본이 생기셨는데 사람이 모자라면 언제라도 불러주십사 하는 비록 작지만 응원과 성원 다시 보냅니다. 행사 외적으로도 피로하실 일들 많았을 텐데 꿋꿋하게 진행하신 멋짐을 찬양 ㅇ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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