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티알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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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후기/모험기획국

[마기카로기아]Crazy Line No.1 (21/01/09)

역설逆說 2021. 1. 21. 23:19

 

온천여행을 떠나는 세 마법사. 느긋한 여행이 될 줄 알았으나, 단 하나의 오산이 있었다.

"다음 역은 석수, 석수역입니다."

"제가 아는 한국 지하철은 이게 아니에요!"

"다음 역은 석수, 석수역입니다."

"착각하지 말아요.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요."

"다음 역은 석수, 석수역입니다."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뿐이야."

―그들이 탄 것이, 대한민국 서울, 지하철 1호선이라는 것.

 

'Crazy Line No.1'

 

분과회 '심판하는 달그림자'

 

함께 본 마지막 달빛 / 호시미야 호타루: 역설

유죄의 고디바 / 한현주: 에이미

그림자에 녹은 354명의 원령 / 원세령: 루와즈

 

with GM R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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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Line No.1, 줄여서 CLN1 혹은 크라원은 2년 전 티알온 2회에서 첫 판매된 마키가로기아 시나리오집 '오식의 서' 선입금 특전 시나리오입니다. 알고 보니 저, 이 시나리오를 갖고 있더라구요(그렇겠지 선입금구매를 했으니까)

그래서 느긋하게 읽어보면서 실제 세션의 내용과 세션에 등장하지 않았던, 혹은 변형되어 등장했던 요소들을 비교대조해보고 있는데… 이 시나리오, 생각 이상으로 혼돈스러운 개그 시나리오네요?! (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우리 세션은 생각 이상으로 진지했던 편이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당연히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마기카로기아의 세상에서 마법사는 세계와 유리된 자이며, 그것은 여러 가지 언급/룰을 통해 플레이어와 캐릭터에게 은유로 제시되거나 직접 제시됩니다. 금서회수라는 사명을 대전제로 하는 게임에서, 마법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세계의 구성요소와는 비즈니스 관계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일반인-우자-과만 관계를 맺으려는 불친절하고 가혹한 세계 속에서 마법사는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하기 힘듭니다. 서사적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 서사의 동력을 웃음에 위탁한 시나리오라면 어떨까요?

사명의 당위성과 개연성의 일정부분을 유머에 위탁한다면… 서사의 나머지는 우리가 채워넣기 좋도록 공백으로 펼쳐져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저는 죄가 없습니다 (에이미님: ■■)

 

그러면 시나리오 이야기를 해보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는 시나리오'

 

1호선 광인들은 각자의 진명이 있다고 한다. 위는 '1호선 아키라'

 

세션 시작 직전까지 우리가 알았던(혹은, 신경썼던) 부분은 여기까지였어요. '1호선'은 검색어 자동완성에 '1호선 빌런'이나 '1호선 광인'도 있는 키워드입니다. 그리고 마법사. 마도서대전. 금서. 마법재앙. 그런데 1호선?

다른 게 신경쓰이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강력한 키워드잖아요 이거.

 

그 전에, 어쩌다 플레이어 셋이 모이게 되었는지를 잠시 언급해야겠네요.

이 이야기는 런던에서 시작되어… 아니 행운의 편지 아니고요.

광어님의 런던 3부작 Q.E.D.(Q: Edward, the Detective)를 하기 위해 애타게 조합을 찾았는데, 제가 모르는 곳에서 저를 집어넣기 위한 조합이 구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구상은… 짐작하시다시피 이 세션의 플레이어 3인이었는데요,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조합이니만큼 서로의 RPG 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광어님의 일정과 현재의 역병시국을 고려해서 등등의 이유로 '뭔가를 해보자 광어님 오기 전에'에서 그 뭔가가 바로 크.라.원.이 되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런던간맞추기요리대회 아 아니 지하철 1호선 난장

우리는 각자 신규제작 캐릭터, 혹은 만들고 한 세션 정도를 겪은 캐릭터를 갖고 왔습니다.

 

저는 서공/원탁 호시미야 호타루, 루와즈는 방문자/엽귀 원세령, 세션 전날 뭔가를 고민하던 에이미님은 서공/아방궁 한현주.

 

시작 전 분위기 적당히 맞추는 중

 

그렇게 초면인 세 마법사는 사실은 아는 사이다! 라는 설정을 짠 뒤, 크레이지 라인 넘버 원에 탑승합니다.

 

 

 

 

 

~더는 스포일러 유무를 신경쓰지 않는 경계입니다~

 

 

 

 

 

이야기는- 모종의 사건(위에 나온) 이후 대법전에서 휴가를 받아 온천에 놀러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온천으로 휴가. 어쩐지 배경이 일본이면 익숙한데 한국이면…하고 생각하자마자, 신도림역에서, 신창행 열차를 타고, 온양온천역으로 간다는 설정이 터져나옵니다. 아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러면 실제로도 가고 싶어지잖아요(??

 

이렇게까지 '1호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버릴 줄 몰랐는데 갑자기 현실감이 훅 들어옵니다. 이게 바로 국내 시나리오를 즐기는 맛이겠군요.

하지만 현실감이 높아서 좋은 것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어떤 현실은 너무나 표상적이라 현실이라 믿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사실 1호선만이 그런 광기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죠. 그것이 대표성.

이 시나리오는 우리가 가끔 접했던 그런 광인들의 이미지를 축적한 농축액 같습니다. 모종의 마법재앙으로 추측되는 현상, 멈추지 않는 지하철. 여기까지는 평범한 마기카로기아의 전개 같기도 하지만.

 

그 상황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핸드아웃 이름만 목록화시켜도 한숨이 나오는 K식 비관주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석 남' / '취객' / 금품갈취자(초등학생, 180㎝) / 전도인 / 판매인 등등

 

그리고 지하철 안에 이상한 것은 사람만 존재하는 게 아니죠.

 

하이퍼리얼리즘을 노린다

 

초반까지는 GM과 물아일체하여 함께 즐기는 요절복통 지하철 난장이었습니다만, 첫 사이클 첫 씬부터 용감하게 임산부석 남자를 조사하기 시작한 저는… 결국 세션 시작할 때 다짐했던 혼자만의 원칙을 파기하고 롸캐에게서 총을 빼앗아 쏘고 맙니다 아아니 죽이지는 않았고요

 

"보자보자하니까 지가 방탄미소년인 줄 아네?"와 "SM플레이? 야 당장 SM엔터테인먼트에게 사과해!" 같은 대사가 준비 없이 나왔다는 것만 언급해둡니다

그래서 제 캐릭터는 졸지에 설정해두기는커녕 아무런 전조도 없이 K-POP을 즐겨 들으며 한국의 지하철에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기대가 대박살난 관광객이 되어버렸습니다.

 

호타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서, 전도인과의 조우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호타루 들어가고 역설님이 나오는 거 같은데" 발언이 나왔는데 이건 부정할 수 없군요 그치만 들어보세요 No Jesus in Hell 문구를 달고 다니는 사이비종교인을 조사판정해야 한다니 지장보살의름으로 역설재판을 걸지 않으면 (??)

 

아무튼 모두가 같이 망가지는 지하철난장이 열렸습니다. 취객을 제압하기보다는 취객과 소통하기 위해 기린 흉내를 내는 엥미캐 현주씨. "나는 기린이다!  기리이히힝!" 너무 몰입해버리는 바람에(펌블) 천장이 낮아서 목이 길어 슬픈 짐승… 여기까지는 놀랍지 않았죠. 에이미님은… 뭐든 할 수 있는 분이니까… (따스

 

하지만 금품 갈취자(초등학생, 180cm)를 제압하려는 롸캐 세령이는 이렇게 굴욕을 당하지 않겠ㅈ

 

메이플스엽귀

 

GM인 라리님이 한남력을 못 견디겠으면 당근을 흔들어달라고 하셨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지하철 전체에… K의 재앙이 넘실거리고 있어요!

 

게다가 지하철이라는 배경 말입니다만, 영화 설국열차에 대한 토크쇼에서 나왔듯이 차량끼리 직선으로 연결된 통로는 굉장히 기묘한 기분을 선사해줍니다. 저도 열차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지만 그런 '직선 상의 연결'이라는 테마에 집중하지는 않았었지만요.

한데 이 시나리오에서는, 지나간 차량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금서'를 회수한다는 입장 상 굉장히 난처해지더라고요. 당장 뭐가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전 차량에서 단장의 존재까지는 알았는데 어어 다음 차량으로 넘어와버렸다? 이러면 큰일이 난 겁니다. 암튼 큰일임.

 

저 진짜 노력했음

 

이상하다 나는 왜 매번 뭔가가 과잉되어 있는가?! 그렇게 저는 저 혼자 진지함 과잉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는요…

 

하지만 우리는 유머를 잃지 않는 K마법사들이었습니다.

기관 엽귀 소속인 세령이는 과연 사이클 마지막에 서적경의 존재만 알게 되고 다음 차량으로 강제 사출되어 후회공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마음대로 자작한 다음

 

사카피 카이토의 역설

vs

카야노 마리아의 에이미 (카야노? 가만안둬)

 

같은 번외 대결 같은 걸 하기도 했지요.

결과는… 제 예언의 패배(크윽 분하다)

 

하지만 차라리 그냥 서적경이 등장하지 않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 서적경이 등장합니다. (아니??)

아 지금 생각해보면 조사 순서만 어케 했으면 제 예언이 이기는 건데요 (정말이에요 들어보세요)

 

아 아무튼

이런 시나리오에서 분서관… 밉지 않아. 이런 광기의 지하철에 같이 탑승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동지 의식이 생기는 편이죠.

하지만 우리는 원한에 불타는 엽귀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세령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것이 엽귀. 마법사 사냥꾼. 사이클롭스.

 

루와즈의 다른 엽귀 캐릭터인 도로시(오즈의 마법사)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이건 소개글부터가 너무 맵군요. 얘야…

 

세션 시작 전. 어떻게든 유머를 찾아보려는 모습이다. (안 됨)

 

불운에 대한 분노와 체념. 그리고 사냥.

음… 무언가가 떠오르는군요… "너는 그저 재수가 없었다"… 미친 마법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ㄷㅏ…

 

같이 재앙에 휘말려 죽은 354명의 원령을 그림자에 담고 살아가는 원한.

그래서 마법명은 '그림자에 녹은 354명의 원령'. 경력은 방문자. 기관은 엽귀. 혼의 특기는 '원한'

 

이름을 다시 봅시다.

 

'원(세)령'

 

이 서사에서 원령이 품은 가운데 글자는 세계를 의미하게 됩니다. (아니라고요? 몰라 내 맘대로 오독할래)

마법사는 하나의 세계이고, 혼의 특기는 세계를 재단하는 마법사 개개인의 관점. 그래서 현실이라는 세계는 마법사를 부정하고 모든 이의 기억에서 소멸시키려 합니다. 354명의 죽음을 짊어진 원령이 세계에게 미움 받으면서도 세계를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초기앵커…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세령의 동생, 원세은입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인간 인연은, 곧 남아 있는 유일한 인간성을 상징하지요. 아아 마법사들아!

 

세령이 자신의 주권呪圈, 스펠바운드를 펼치면 그곳은 폐허입니다.

어두운 폐허에서, 서적경 분서관 '아우르는 태양의 수레바퀴'에게 마법전을 거는 세령.

태양빛이 폐허를 밝히고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유일한 순간.

 

과몰입분과회장 (feat. 식죄란 무엇인가)

 

에이미님 나도 돌려줘 나도

 

 

 

진지한 심장

 

 

 

 

 

 

그리고 다음 분과회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한현주 씨의 이야기를 시작하죠.

 

세션 전날 에이미님이 가져온 것… K서큐버스?

 

세션 전날, 아니지 당일 자정 직후에 올라온 캐릭터 설정은 저를 박수치게 합니다.

이런 과감한 설정 에이미님이 아니면 누구에게서 보겠습니까

늘 새로워 짜릿해 에이미님이 용서못해

 

에이미님의 섬세한 설정을 보면 무언가 무심한 듯 시크한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지 않나요?

막 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뭔가 바다같은 내공이 담겨 있는 듯한 심오한 한수… (에이미님: ■■)

 

성직자를 사랑한 서큐버스, 그리고 수도행. 하지만 한순간에 개심하지는 못함.

이러면 약간 제천대성 손오공 같기도 하고요.

스스로 선택한 긴고아의 쇠사슬. 나를 묶어 모든 이 앞에 당당하게 한다. (??)

 

그리고 현주씨는 하필, 첫 전투 상대로 전도인을 고르게 됩니다.

 

망아, 불안, 현혹, 그리고 유죄의 고디바

 

단장의 금서 마법은 망아, 상대가 가진 고유한 혼의 관점을 묶는 악랄한 주문.

단장의 각인은 불안. 상대를 잊게 만드는 첫 걸음은 내면의 불안함.

그리고 그런 단장을 회수하려고 나서는 것은, 마법명 유죄의 고디바.

(드릉드릉거림

 

자매님

 

이거 보세요 시작은 분명 에이미님이 하셨다구요 다들 인정하시죠?

이제 현주씨는 자신의 주문의 세계를 펼쳐보입니다. 스 펠 바 운 드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멘탈이 진정이 안 된다고

 

이후는 찐모 해방하고서… 찐.모. 즉 진짜 모습.

마법사의 내면 세계는, 그것을 창조한 본인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으로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현주씨의 진짜 모습. 마법사로서의 자신이라는 아이덴티티.

그것은… 예상할 수 있지만, 나체의 여인입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면 유죄의 고디바가 아니죠.

'족쇄를 찬 군중을 이끄는' 나체의 여인입니다.

 

 

이것은 모두 에이미님이 시작한 이야기

 

여기서 잠시 원전이 된 레이디 고디바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11세기 영국. 가혹한 세금에 백성들이 고통받자 영주의 부인은 세금을 감면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영주는 "벗은 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생각해보겠"다며 조롱합니다.

하지만 영주의 부인은 실제로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죠.

주민들은 그런 결의에 보답하기 위해, 모두가 창문을 가리고 아무도 바깥에 눈을 돌리지 않기로 의견을 모읍니다.

 

이 일화의 주인이 바로 레이디 고디바.

전승에 따라서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창문을 연 사람은 천벌을 받아 눈이 멀었다고 하는 피핑 톰의 이야기도 덧붙여내려오긴 합니다만… 여기서는 중요하지 않겠죠.

 

이 일화는 창작이라는 말이 있지만, 고디바 자체는 실존인물입니다.

 

레이디 고디바. 존 콜리어. 허버트 미술관 소장.

 

한편 현대인에게 더 익숙한 모습의 레이디 고디바도 있습니다.

 

저는 다크 초콜릿을 좋아합니다(갑자기TMI)

 

이를 상징으로 삼은 것은 레이디 고디바의 용기와 이타심과 관용과 사랑에 대한 찬사라고 하네요.

고디바 홈페이지에도 그 유래와 의미에 대한 소개글이 있지요.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마법명 '유죄의 고디바'. 혼의 특기는 '욕망'. 진정한 모습은 '군중을 이끄는 나체의 여인'.

 

이걸 개그로 쓰려고 슥슥 만드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버럭

이런 캐를 대충 쓰는 것은 죄다 죄

티알 앞에 죄악이로다 (펄쩍

 

마법사는 세계 앞에 모두 유죄

 

그래서 저는 아모르파티가 BGM으로 흘러나오는 와중에 (띠용)

기관: 원탁의 특권 추가 사건표를 굴려버립니다. 원래 원탁으로 엽귀 만나면 엽귀에게 굴려보고 싶어지잖아요? 호타루는 이전 세션이자 데뷔 세션에서 만난 엽귀에게 사건찜하고 굴렸다가 7 나와서 허름해진 전적이 있어서, 이번만은 엽귀앵커!를 외치며 세션을 시작했지만

 

그때는 몰랐지

유죄의

고디바

를 만날 거란 걸.

 

유죄의 고디바가 펼치는 내면 세계에는 종이인형처럼 납작한 군중들이 등장합니다. 이 군중들은 맥락맹을 상징하죠(아니라고요? 몰라 내 맘대로 오독할22)

 

나는 죄를 씻기 위해 죽으려는 것이 아니리니

 

하지만 읽어보세요. 현주씨가 다 맞춰주고 있잖아요

저는 설정을 날조한 것이 아니라 자고 있던 설정을 일으켜 깨운 것뿐이죠 그렇죠?

 

 

에이미님 방언하신다 

 

그렇습니다. 유죄의 고디바는… 심판을 받는 유죄가 아니라, 속죄행을 떠나는 유죄. 속죄를 욕망하는 유죄.

맥락을 읽지 못하는 우매하고 무지한 군중들마저도 구원하려는 속죄행.

이것이 숭고함이 아니면 무엇이 숭고함이겠습니까?!? (이 연사 이렇게 역설합니다)

 

그런 당신의 숭고함

나의

숙적되리니

 

 

씬닫(멋지게 해석하고 수습은 다음 사람에게 맡기고 장면 닫기)

 

여기까지 오고나니, 앞서 차량에서부터 걱정했던 많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회수할 단장이 하나 더 남아 있다는 것도, 그것이 누구에게 깃들어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소위 '죽창', 즉 앞뒤없이 전투선언하기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도 모두 아무래도 좋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너덜

 

아니 아니, 그걸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요.

사실 이때 이미 우리에게 남은 장면은 단 하나뿐. 다행히도… 이 이야기의 핵심 NPC와의 교류과정에서, 단장에 빙의된 우자에 대해 추측할 단서를 얻게 됩니다.

 

룰치킨이라는 말이 있죠. 룰을 악용한 먼치킨. 룰 변호사.

그것과는 결이 좀 많이 다르지만, "단장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전투를 걸어보는 것"은 약간… 룰이 허용하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는 위험한 플레이기는 하잖아요? 룰치킨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배경과는 조금 다르지만, 규칙을 위해 만들어져 있는 세계의 서사를 위협하는 메타적 요소라는 점에서는 죽창과 룰치킨은 맞닿아 있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거침없이 이동하는 차량 사이사이의 틈으로 '그러지 말아야 할' 당위성을 빠뜨려버립니다.

시나리오를 보니까, 개그를 지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선택이라는불의의 사고로 일반인이 죽는 것을 방지하는 설정이 있더라고요. 아니 그런 깊은 배려가?!

하지만 3인의 플레이어 앞에 핸드아웃이 3개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3개와 헤어져서 다른 3개가 춤추는 칸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에서… 배려 대신 베려함을 느꼈는데 (쿵

 

잡설이 길었는데, 하여간 그러저러한 시나리오의 장치로 인해 우리는 스무스하게 마지막 페이즈로 이동합니다.

클라이맥스가 됩니다.

 

그럼 이제 호타루의 이야기를 해보죠. 짧게짧게.

 

저는 대체로 설정과잉인 편이죠

하지만 들어보세요 사실 이 설정에는 다 이유가

 

사실, 호시미야 호타루의 이야기는, 제가 쓴 시노비가미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NPC에서 시작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지? 하지만 들어보세요

 

그 시나리오에 기반한 이야기를 뒤틀어서, 호타루라는 인물에게 만약 이랬다면? 즉 IF 서사를 준 결과가 마기카로기아 세계의 호타루입니다. 

누군가에게 구원받지 못한 피해자가, 다른 누군가(초기앵커)를 구하기 위해 초월하는 이야기.

마법재앙과 피해자, 그리고 또다른 희생양에 대한 서사를 만든 다음 그것을 마법사의 3요소인 마법명, 혼의 특기, 진짜 모습에 반영했죠.

 

마법명은 '함께 본 마지막 달빛', 혼의 특기는 '불꽃놀이'. 그러면 이제 진짜 모습은 어렵지 않게 상상하실 수 있겠죠.

 

 

 

 

 

클라이맥스는 모두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서 플레이어도 해피 GM도 해피하게 끝났습니다!

앞서 모두가 공유한 서사에 맞춰서 대사도 치고 오리지널 주구도 대사로 쳐보고 에이미님도 쳐보고 "저것이 내 숙적…" (??)

 

엔딩도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이 모든 일의 (고의성 없는?) 원흉은 용기를 얻었을 테고 분과회는 이번에야말로 온천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었겠죠.

 

 

 

 

 

 

 

세션이 끝나니 생일이었다고 합니다.

 

 

와! 감동이었어요. 감동서사 그 자체였다.

 

감동적이라고 이름난 시나리오와 그에 걸맞는 서사는 많잖아요.

그러나 전혀 안 그럴 것 같았던 곳에서 창조된 감동적인 서사야말로 감동 아니겠습니까? 왜냐하면, 감동 그 자체를 위해 서사가 작동했다는 뜻이니까 ㅇ_<

 

 

 

감동을 받은 에이미님이다 (감동)

 

 

 

 

 

 

 

 

 

초면에 하루 종일, 밤 늦게까지 힘줘서 세션하면서 온갖 대사와 상황에 응해주신 GM 라리님

내면의 오타쿠심장 갖고 온 루와즈

아닌 척하면서 진지할 때 가장 진지하게 맞대응해주는 에이미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앗. 우리의 런던, 기대해봐도 되겠지요? ㅎㅁㅎ (에이미님… 도망치면 안 돼…)

 

 

 

 

 

 

 

끝나고 난 뒤.

천애로는 졌지만

뭔가 아무튼 이겼다. 잘 모르겠지만 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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